'더 바이블 브릭무비'는 2020년 감독인 '조시 캐롤'이 학업을 병행하면서 만들어낸 레고 영화입니다. 물론 이 바닥에서 제일 유명한 '레고 무비'가 있긴 합니다만 그쪽과는 달리 레고의 움직임이 거의 없이 정적인 편이라 애니메이션의 연출로서는 아쉬운 편이었죠. 그럼에도 성경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성경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아래에 더 서술하긴 할텐데 애들이 보는 영화라기엔 좀 애매한 부분도 있고요.
배경지식부터 먼저 말씀드리면 성경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뉩니다. 하나는 '구약', 또 하나는 '신약'입니다. 구약은 옛 약속, 신약은 새로운 약속인데 구약은 예수 그리스도가 오시기 이전으로 '메시아(예수 그리스도)가 오실 것이다'라는 약속을 뜻하는 것이며 신약은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셔서 새롭게 하신 약속, 그 중 하나는 '세상 끝날 때에 다시 오실 것이다' 같은 약속이 있죠. 여담으로 메시아란 말은 쉽게 말해 구원자인데 이 메시아의 존재에 대해 유대교와 기독교의 견해 차이가 있습니다. 유대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곧 메시아, 하나님과 동일시 되는 존재라고 믿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구약은 예수 그리스도가 오시기 전이고 신약은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신 뒤의 시대를 썼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두 책에는 공통적으로 '이스라엘'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더 바이블은 그중 구약 성경 첫 번째 책인 '창세기'와 두 번째 책인 '출애굽기'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창세기는 세계가 창조된 것을 시작으로 고대 이스라엘 민족이 어떻게 형성되게 되었는지는 알려주고 출애굽기는 출'애굽', 그러니까 성경에서는 보통 애굽이라고 쓰고 현재 '이집트'인 곳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인들이 탈출하여 원래 살던 가나안 땅으로 떠나는 여정을 다루고 있죠.
대충 영화 분량을 따지면 창세기의 내용은 60, 출애굽기의 내용은 40 정도의 비중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죠.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만 출애굽기는 창세기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고전 영화들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찰턴 헤스턴 주연의 '십계'라는 영화를 아실지도 모르겠는데 이것 또한 구약 성경 중 출애굽기의 내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십계를 언급하는 이유는 더 바이블에서도 이 십계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 장면이 자주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성경을 다루는 영화 가운데서 십계 이상의 영화가 나오기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굳이 또 있다면 벤허?). 감독도 기독교인일테니 이 영화에 대해 전혀 모르지 않았을 테고요.
여하튼 창세기와 출애굽기의 내용을 다루는 건 좋긴 합니다만 문제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다루다 보니 제한된 시간상 중간중간 생략된 사건들이 많습니다. 심의상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부분들은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게 되면서 성경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사건이 휙휙 넘어가면서 물음표를 띄우게 될지도 모릅니다. 야곱이 밤중에 환상을 본 뒤 어떻게 되었는지는 성경을 읽어본 사람들만 알 수 있죠.
그래서 아쉽지만 이 영화는 성경에 대해 자세하게 공부하고 싶어서 보겠다면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반면 성경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보이는 만큼 보입니다. 감독이 얼마나 성경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이게 아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이유 중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성경의 구약 내용들이 전체적으로 죽고 죽이는 현장들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걸 반영해서 의외로 레고치고 피격당하는 부분이 가끔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애들 보라고 만든 영화인 것 같은데 거기서 조금 놀랐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연출에 있어서 저렴해보인다는 것. 레고들은 거의 움직임이 없는 걸 포함해 캐릭터를 돌려쓴 것이 자주 보입니다. 노인이 된 이삭과 야곱의 모습, 사라와 리브가의 모습이 거의 똑같습니다. 특히 주요 여자 캐릭터들은 주근깨 얼굴의 여성들이 거의 고정으로 붙습니다. 캐릭터들이 입은 의상도 삐뚤빼뚤 투박해 보이지만 그 당시 고대 시절 패션(?)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려니 여깁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영화 대부분을 감독 한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스탭롤이 올라갈 때 감독과 가족들의 이름들만 줄줄이 나오는 걸 보면서 굉장히 인상깊게 느꼈습니다. 특히 학업을 병행하면서 10대에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 게 놀랍기만 했습니다.
또 앞서 말한 단점은 레고를 좋아한다면 상쇄될만한 문제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성경에 대해 거의 모르더라도 이 작품을 보면 어느 정도 키워드는 머리에 들어올 것이고요.
더 바이블 브릭무비는 출애굽기로 끝나지만 구약성경의 전체 내용은 훨씬 더 방대합니다. 이 다음부터는 '여호수아'라는 구약성경 여섯 번째 책의 내용으로 이어지죠. 구약성경은 전체 약 39권으로 보고 있으며 이것도 번역마다 다르다고 하는데요. 이스라엘의 역사가 방대한 것도 있지만 일부는 문학이나 예언서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만약 영화 이후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성경에서 '여호수아' 부분을 읽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듣기로는 더 바이블은 3부작으로 2개의 영화가 더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나머지 2개의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대강 예측이 되는데 아마 두 번째 영화는 출애굽기 이후 이스라엘 사람들이 왕국을 건설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세 번째는 신약성경,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뒤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와 그 이후 사도들의 이야기가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찾아보니 이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브릭무비'라는 같은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가 있었습니다. 비슷한 이름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내용으로 보이는데 3부 영화에서는 이 내용을 건너뛰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더 바이블 브릭무비 영화 리뷰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2020년 11월에 영화가 공개되었다고 하는데 후속작이 나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되겠죠. 그전까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브릭무비 영상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 그것도 리뷰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가 얼마나 매출을 올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다음에 나올 브릭무비는 좀 더 연출이 괜찮아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