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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동화) 리뷰] 작가님 & 교수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by 티핌 2025. 1. 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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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이미지를 다운로드한 웹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출처: 교보문고)

 

 

 예전에 제가 은하철도 999 리뷰를 쓰면서 언젠가 '은하철도의 밤'을 리뷰하겠다고 썼던 기억이 나는데 그걸 2025년 1월에서야 실행하게 되네요. 그게 2024년 10월 13일에 쓴 61화 리뷰였는데 지금 와서 쓰는 이유는 제가 이미 은하철도의 밤을 읽었지만 그 동화책이 개작된 작품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리 설명드리지만 은하철도의 밤은 작가인 '미야자와 겐지'가 완성하지 못한 유작이다 보니 내용이 완전치가 않은데요. 그렇다 보니 후대 사람들이 상상을 더해 이런 식으로 개작해서 동화를 끝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처음 읽은 동화책을 가지고 은하철도의 밤을 확실하게 판단하기가 힘들었고 때문에 나중에 다른 은하철도의 밤을 구해서 읽어보게 됐습니다. 위의 책 말이죠.

 

 일단 이 책, 겁나게 어렵습니다. 이전의 어린이 동화책에 비하면 책 자체가 굉장히 불편한 느낌이었습니다. 옮긴이가 교수님이신데 이분이 일본어를 전공으로 하시는 분이라서 학술적으로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기 시작하더군요. 전공자가 아니라서 이해가 잘 안 되는 건 둘째치고 문제는 제 경우 두 번째 읽어서 그나마 다행인데 이 책으로 은하철도의 밤을 읽으시는 분들은 스토리 전체 스포일러를 초반부터 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혹시 은하철도의 밤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읽으려고 하시는 분들은 이 책보다 다른 동화책 쪽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애초에 겉만 봐도 동화책으로 보기 힘든 책이라서 도서관에서는 어린이도서 쪽이 아닌 일반도서로 분류되어 있는 녀석이죠.

 또 하나는 굉장히 주석이 많습니다. 책 본문을 음미하는 것보다 주석을 읽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실 겁니다. 물론 각 소재의 배경지식을 알 수 있어서 단점이라기보다는 호불호 영역으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출처가 일반 블로그나 위키백과인 경우가 대다수라서 신뢰성이 좀 떨어집니다. 그러니 주석의 내용을 100% 신뢰하지는 마시고 그런 해석이 있다는 것으로 파악하시는 게 좋겠네요. 주석의 내용을 따르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긴 합니다.

 제일 결정적으로 전문 번역이 아니라서 가독성이 좋지 않습니다. 읽다 보면 제가 동화를 읽는 건지 번역기 내용을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았습니다. 굳이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최근 책 중에 만화책처럼 그려진 게 거부감이 느껴져서였는데 오히려 이 책은 디자인이 깔끔했지만 번역으로 발목을 잡더군요.

 

 그럼에도 장점이 있다면 옮긴 분들이 적절하게 실제 작가의 원고에 가깝게 설명을 잘 배치하고 있었던 것이겠죠. 어린이 동화책으로 나오는 은하철도의 밤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는 본문 중간에 원고가 빠졌다고 표기가 되어 있거나 갑자기 새롭게 뜬금없는 등장인물이 나올 때 이 인물이 이전 원고에는 나오지 않았다가 나중에 추가되었다든가 하는 식으로 보충설명만큼은 확실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은하철도의 밤을 좀 더 심도 있게 읽고 싶다면 저처럼 동화책부터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번역이 좋지 않으니 원래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요.

 

 

 그렇게 원고에 가까운 본문은 번역 이상으로 심오했습니다. 번역 때문에 2배로 체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첫 번째 동화책으로 읽었던 것보다 내용이 깊었습니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조반니'라는 소년으로 아버지는 멀리 나가 일하고 있어서 아픈 어머니를 위해 인쇄소 일을 하면서 학교에 가는 힘든 삶을 사는 아이였죠.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밤중에 '켄타우루 축제'라는 것이 열리면서 보러 갔다가 우연히 언덕 위에서 기차를 본 뒤 갑자기 자신이 기차 안에 탑승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거기에는 학교 친구였던 '캄파넬라'도 탑승하고 있었기에 조반니는 캄파넬라와 함께 우주를 달리는 기차를 타고 북십자성을 지나 남십자성까지 여행을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동화책과 달리 이 책을 통해 원래 작품의 소소한 점을 알게 됐는데 먼저 조반니를 제외하면 주인공의 또래뻘인 캄파넬라는 물론이고 자네리까지 성별을 알 수 없다는 점이었죠. 예전에 읽은 동화책에서 캄파넬라는 여자아이처럼 삽화가 그려져 있었고 다른 곳에서는 왜 남성으로 나오나 싶었는데 애초에 조반니의 친구들의 외형이 정확하게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따지면 조반니도 조금 성별이 애매하긴 하지만 소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별이 모호하다는 점은 동명의 애니메이션에서도 반영돼서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이 고양이 수인인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더군요. 또한 캄파넬라는 인싸인데 조반니는 여행 중간에 아싸 티를 확실히 내고 있어서 보는 저나 아마 오래전에 이 책을 읽었을 '마츠모토 레이지' 옹도 분명 조반니에게 감정 이입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의외인 건 실제 책에서는 한 번도 은하철도의 기차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묘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다른 동화책 삽화로는 나오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기차가 처음 나오는 부분이 아예 원고가 없다는 이유로 생략이 되었다고 하니 어떻게 생겼는지는 글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삽화로 표현해야 할 때는 은하철도 999 같은 증기 기관차로 묘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은하철도 999도 그랬듯이 은하철도의 밤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거운 편입니다. 내용 중간에 어린 소년 소녀와 청년이 함께 탑승하는데 이 세 사람이 죽은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기도 하죠. 이 죽음이라는 소재는 곳곳에 나와서 십자성의 '십자가'  등 숨겨진 의미를 알려주는 주석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세 사람은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주변 사람으로 원고를 쓰던 도중 죽었기 때문에 그 세 사람을 모티프로 했다고 언급되어 있죠.

 한편 또 다른 중요 소재는 '행복'입니다. 이제껏 가난에 허덕여서 사느라 힘들게 살아간 조반니는 물론 캄파넬라도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지만 세 사람의 만남과 전갈 이야기를 통해 행복이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갈처럼 남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 또한 의미가 있다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죠. 결국 이 내용들을 조합해 보면 이 은하철도의 밤은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죽은 사람들이 많아서 단순히 은하철도를 죽은 사람들만 탑승한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살아있는 조반니나 새 잡는 아저씨 등도 함께 타고 있어 좀 애매하거든요. 어쨌든 이런 추측이 무색하게 이 책은 미완성 원고이기 때문에 작가가 진정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단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껏 이 동화를 연구하고 있는 것이겠죠.

 

 네, 이 책은 해석이 불가합니다. 원고가 없는 부분은 크게 두 곳인데 하나는 기차가 나타나는 장면이고 또 하나의 장면은 기차가 달리는 도중 '켄타우루 마을'을 보게 됐는데 거기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입니다. 의외로 이 부분들이 작가가 좀 더 구상하려고 했던 중요한 장면일 수도 있어서 책을 상당 부분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당장 위의 주제로 생각하는 부분도 다들 후반부에 배치된 내용이라 중간 내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확신컨대 이 책의 결말 부분은 작가가 더 이상 바꾸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캄파넬라는 당연하고 조반니도 무언가 더 내용이 있을 것 같지만 열린 결말로 보이거든요. 결정적인 건 조반니 앞에 이 기차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박사님이 나오는데 이 사람이 결국 작가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로 그의 생각을 바로 드러낸 것이라고 봅니다. 조반니는 어디로든지 갈 수 있는 기차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어떤 승객들보다 가장 미래가 열려 있는 가능성을 가진 아이니까요. 어찌 보면 뻔한 어른의 격언이긴 합니다만 여기서 말하는 '검증법'으로 인해 조반니는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환경을 넘어서서 행복을 쟁취하려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은하철도 999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책 표지에서 대놓고 써져 있지만 실제 은하철도의 밤은 은하철도 999의 원작은 아니고 모티프만 준 겁니다. 은하철도 999 61화 리뷰에서도 쓴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 최초로 '은하철도'라는 소재가 나왔기 때문에 은하철도 999가 나올 수 있었던 거죠. 스토리는 상당히 다르긴 하지만 999의 주인공 철이가 병약한 어머니가 있었고 원래 가난하다는 점에서 조반니를, 그리고 메텔은 행성 곳곳을 안내해 주는 역할에서 은하철도에서 줄곧 지도를 가지고 다녔던 캄파넬라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일부 특징이 철이와 메텔에게도 반영된 것 같네요. 아직 은하철도 999 애니메이션을 다 본 건 아니지만 그 은하철도의 밤에서 따온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도 약간은 연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은하철도의 밤처럼 은하철도 999 또한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가 후속작을 연재하던 도중 2022년 별세했기 때문에 이쪽 또한 결국 미완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후속작은 다른 작가의 손에서 계속 연재가 되겠지만 이제 마츠모토 레이지의 은하철도 999를 볼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은하철도의 밤 리뷰를 마칩니다. 어려웠지만 그만큼 계속 곱씹어보면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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