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 999 105화 리뷰] 내 안의 양심이 '인간으로 살아가라'라고 속삭이고 있다
제105화. 젊은 용사의 전설
모 짤이 생각나듯이 어쩌다 이상한 행성에 걸려 감옥에 갇힌 데다 사상 고문(?)으로 팩트폭력을 맞고 철이가 어질어질해진 은하철도 999 105화입니다. 이번 행성의 이름은 '전설'. 원제목은 젊은 전사의 전설이 되어야 할 듯하지만 애들 하는 걸 봐서는 용사라고 써도 위화감이 없긴 합니다.
차장도 그랬지만 이 전설 행성에만 내리면 사람들이 다들 무기력해진다는데 모두 기계인간이라고 하는군요(그럼 차장도 기계인간?). 덕분에 치안도 그렇고 환경도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 팍팍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런 행성에 어쩌다 철이 혼자 남게 되면서 행성의 진실을 알게 된 것이죠. 플라잉 쿠로와 비슷하지만 여기서는 기계인간이 아닌 평범한 소년소녀들이 레지스탕스를 이뤄 행성의 지배자로 보이는 '기계 성주'에게 저항하고 있었던 겁니다. 철이는 그들에게 붙잡혀 심문을 받게 되는데 그 질문이 하나같이 철이 입장에선 골치 아픈 이야기였던지라 철이도 심적으로 상당히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들 모두는 기계인간이 되는 것을 거부했지만 철이는 그렇지 못했죠. 철이가 기계몸을 얻으려는 이유는 벌레같이 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라고 밝히지만 철이를 데려온 소년 '메임'은 그것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달려 있다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습니다. 주저하는 철이의 말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장면들을 보니 철이가 불쌍하게 보이기도 했죠. 철이가 이제까지 타인에게 팩트폭력을 자주 날리긴 했지만 반대로 이 정도까지 처절하게 당하는 모습은 처음이라고 생각하네요. 그간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철이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되기 때문에 어느 쪽이 딱 맞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사실 이쯤 되면 철이는 기계몸보다 메텔과 여행하는 게 더 좋은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초반 메텔과 수수께끼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메텔은 처음부터 철이가 기계몸을 받지 않길 원했기 때문에 이 역에서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내막이 밝혀진 뒤에 철이는 돌아왔지만 희한하게도 방에 있던 동상에 원래는 없었던 총상이 박혀 있었는데요. 이미 메텔은 중간부터 철이를 깨우치기 위해 직접 나섰던 것 같습니다. 이와 유사한 연출이 예전에도 있었는데 이 일도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정말 메텔이 신비롭게 다시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차피 999란 작품은 하드 SF는 아니니까 이렇게 나오는 거겠죠.
102화부터 이번 화까지가 DVD 디스크 27번 내용이었습니다. 27번 에피소드 내용들은 참 고르기가 까다로웠는데 이번 화를 27번 디스크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에피소드로 선택합니다. 지금까지 오리지널 에피소드가 평균적으로는 그다지 재미가 없단 느낌이었는데 마지막 화가 가까워져서 그런지 105화는 다시금 영생이 사람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이게 999의 중심 주제기도 하니 이번 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추천 에피소드는 이쪽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에피소드도 나쁜 건 아니었고 전반적으로 다 재밌었습니다.
솔직히 이번 화는 여러 의미로 스포일러가 짙지 않나 싶어 접은글로 쓸까 생각도 해봤는데 미리 공지도 안 했고 어차피 107화까지는 이대로 쓸 생각이었기에 내버려 뒀습니다. 이번 화가 27번 디스크 마지막 에피소드이기도 하고요.
은하철도 999 105화 리뷰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그럼에도 철이는 원작자와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농간으로 여행을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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