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비가 주룩주룩 잘도 내렸습니다. 옥천에서 첫 번째로 가본 곳은 용암사였습니다. 이곳 산기슭이 일출 명소로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오는 날 찾아가보게 됐죠. 주차장 들어서면서 입구까지 비가 내렸습니다.
용암사에 올라가보니 바로 대웅전이 눈앞에 보였습니다. 비가 내려도 오는 사람은 있었고요. 여기서도 전경이 잘 보이는 게 좋았습니다. 약수도 뜰 수 있는 것 같네요.
이곳은 경치도 경치지만 '용암사 동서 삼층석탑'도 있습니다. 대웅전에 올라와 오른쪽 비가 내린 돌계단을 오르니 두 개의 석탑이 보입니다. 신라때 13세기에 지어진 석탑이라는데 동서석탑하니 경주에 있는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이 바로 생각났답니다. 이쪽도 쌍둥이처럼 있습니다.
이제 대웅전 옆길로 들어갑니다. 여기서부터 일출명소를 볼 수 있는 '운무대'로 가는 길입니다. 슬쩍 올라가면서 전경도 살짝 찍고 계속 올라갔습니다. 돌길은 계속 이어지다 중간에 돌 없이 산길이 이어집니다. 산길은 비 때문에 미끄러질까봐 조심해서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흘러 운무대 제1전망대로 도착했습니다. 그리 힘든 길은 아니었지만 어느 짐덩이 녀석을 들고 올라오니 땀이 뻘뻘 흘렀습니다. 허약한 건 어제 오늘이 아니니까요. 비가 왔지만 그럼에도 옥천 전경은 꽤나 멋지게 나왔습니다. 시간이 걸렸으니 보고 금방 내려가 용암사를 나갔습니다.
2. 금강휴게소 건너편
비가 꽤 많이 와서 금강도 물이 불어났습니다. 이때에도 낚시하는 사람들은 여전합니다. 조그만 물고기가 잘만 잡힙니다.
근처에는 낚시꾼들이나 구경꾼들을 위한 트럭매점도 있었습니다. 수족관에는 조그만 물고기들이 득실거립니다.
3. 청마리제신탑
지독하게 폭우가 쏟아집니다. 청마리제신탑도 가까이 보려고 했으나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차 안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한시대부터 있던 탑신신앙인데 정월대보름이 될 때마다 탑신제를 한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옆의 동상은 누군고 하니 그 유명한 반공소년 '이승복' 군이더군요. 가끔 학교에서 보던 동상이 여기 있으니 신기합니다.
4. 경율당
이어서 경율당으로 갑니다. 비가 잠시 멎고 경율당 근처는 산에 안개가 끼어 멋진 절경으로 변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요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율당의 문은 열려있지 않았습니다. 건물을 세운 경율 '전후회'의 이름을 딴 서당이라고 합니다. 내부를 못보는 게 가장 아쉽지만 주변은 정말 좋군요.
5. 덕양서당
이어서 덕양서당도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담이 낮아 안을 제대로 보고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 주변은 경율당과 달리 좁은 골목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유식'이라는 인조때 사람이 건립한 서당이라고 하네요.
6. 조헌 신도비
우연히 표지판만 보고 조헌 신도비 앞까지 왔습니다. 이곳 근처에는 조헌묘소가 있는데 '조헌'의 행적을 쓴 신도비라고 합니다. 그의 중요한 행적으로는 임진왜란때 청주성을 탈환하고 금산 전투에서 순국한 일이라는군요. 비석은 흐릿해서 보이지 않으나 안내문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도 경율당처럼 주변이 모두 논밭입니다. 푸른 물결이 넘실거립니다.
7. 조헌묘소
여기까지 왔으니 조헌묘소도 들렀습니다. 풀이 비에 촉촉히 젖어있는 가운데 이곳에는 조헌묘소와 '표충사', '영모재'가 있습니다. 오른쪽 건물인 영모재는 관리하시는 분이 안에 있어 내부를 제대로 찍지 못하고 문앞에서만 촬영했습니다. 제사를 드리기 위한 건물로 보입니다.
왼쪽은 표충사로 조헌의 사당입니다. 이곳도 열려있지는 않은 것 같네요.
이제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조헌묘소도 올라가봤습니다. 가운데에 돌계단이 있는데 여기 계단은 이끼가 잔뜩 끼어있고 비까지 와서 올라가는 데 자꾸 미끄러워 넘어질 뻔했습니다. 이번에도 '개'고생하며 무거운 무게를 들고 올라가서 옆으로 돌아보니 무덤이 눈앞에 보였습니다. 마치 왕릉처럼 규모가 대단했습니다. 양지바른 곳인지 이 아래를 내려다보면 사당과 주변 논밭들이 한눈에 보입니다. 용암사 이후로 한 고비 더 넘기고 내려갔습니다.
8. 장계관광지
마지막으로 장계관광지에 있습니다. 청주에도 있는 대청호를 끼고 있는 관광지입니다만 그곳에 비하면 관광지라고 하기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 때문인지 주차장 옆에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 등지는 아예 문이 다들 닫혀있습니다. 쉬고 있는지, 폐업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문 닫힌 건물들을 지나 길 아래로 쭉 지나갑니다.
그래도 길을 내려가보니 제트스키를 타는 사람이나 주변을 걷고 있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곳곳에는 시비가 놓여져 있어 이곳이 그나마 공원에 가깝다는 인상을 줬죠.
길을 계속 따라가서 캠핑장으로 추정되는 구역도 발견했지만 제대로 운영되기나 할지 의문입니다. 끝으로 입구 쪽에 있는 향토박물관으로 돌아왔습니다만 시간이 늦어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주변엔 옥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모형 전시물들이 있었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더 심해졌습니다. 옥천은 사람은 별로 없었고 개고생했지만 푸른 논밭을 자주 볼 수 있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제 여행 피크기간인데 어디로 갈지 모르겠군요. 모쪼록 여러분도 더위 먹지 않게 주의하면서 지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