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리포유원지
영광군의 칠산대교를 지나 무안군으로 들어왔습니다. 도리포유원지는 칠산대교 바로 건너 무안군 끄트머리에 있는데 이름은 유원지지만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곳부터 무안군 곳곳이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조그마한 항구지만 이곳은 해돋이 장소로 알려진 곳이라고 합니다. 칠산대교가 보이는 가운데 바위 위에는 기도하는 아낙네의 석상이 보였죠.
한적하긴 하나 주변에 카페가 하나 있었던 걸 보면 이곳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나칠 뻔 했지만 저 멀리 보이던 이상한 석상이 있어 뭔가 했더니 무안에서 유명한 낙지였습니다. 낙지가 앉아있는 계단 모양이 워낙에 기묘해서 처음엔 화성 외계인(?)처럼 보였지만 눈도장은 확실히 찍기 충분했습니다.
2. 무안황토갯벌랜드
도리포를 지나 양배추밭이 늘어선 시골도로를 쭉 나아가다 보니 무안황토갯벌랜드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라면 이곳은 입장료를 받고 들어가야 하겠지만 월요일은 휴관이었기 때문에 그냥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월요일이지만 사진에 나온 '황토갯벌식당'이나 '황토찜질방'은 월요일에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식당은 월요일~토요일까지, 찜질방은 연중무휴라는군요. 혹시나 식당에서 낙지를 먹을 수 있을까 했더니 제철이 지나서 먹지 못했습니다. 특산물이긴 하지만 무안에서는 낙지가 꽤 비싸다고 합니다.
어쨌든 건물들을 벗어나 그 너머에 다리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되지만 무안은 정말 갯벌 천지였습니다. 이때 날씨는 유독 추워서 다리를 계속 건너는 와중에도 어마어마한 바람이 밀려왔죠. 요새 기온이 높아져서 만만히 왔다가 겨울 바다란 걸 생각하지 못하고 당했습니다.
춥지만 조금 더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다리의 끝은 계단으로 조금 더 내려가 금방 갯벌을 밟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이가 낮아졌습니다. 계속 가보니 계단 위로 바다헌장비라는 거대한 비석과 함께 양옆으로 각각 한글과 영어로 헌장이 써져 있습니다. 뒤쪽에 있는 망원경을 통해 이 넓은 갯벌을 바라볼 수 있었죠. 저 멀리엔 마을 주민이 갯벌에서 무언가를 캐고 있었습니다.
월요일이 아니었다면 다른 전시장을 볼 수 있었겠지만 전부 닫혀 있어 그렇게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3. 홀통해수욕장
다시 바다입니다. 갯벌랜드를 보고 밑으로 내려와 홀통해수욕장에 도착합니다. 해수욕장이라기엔 수심이 꽤 깊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곳은 해수욕장이 아니고 더 지나가 바다 끝이기 때문이었죠.
육지 끝 망망대해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윈드서핑 캠프장이라는 건물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멀리서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죠. 그런데 이 겨울에 윈드서핑이라니, 바람이 쌩쌩 부는데도 타고 있는 걸 보노라면 그 사람의 대담함에 순간 멍해졌습니다. 가까운 곳은 해수욕장이지만 윈드서핑으로도 좋은 장소인 모양입니다.
4. 조금나루유원지
이제 무안군 가까이 들어와 무안공항을 지나 조금나루유원지까지 왔습니다. 이곳도 해수욕장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보았던 무안군의 바다는 '해수욕장'도, '유원지'라고 하기도 미묘했습니다.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사중인 지역이 많아 어수선한 분위기를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조금나루에는 '탄도'라는 조그만 섬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배가 있는데 하루에 2번만 움직인다고 합니다. 공사장 건너 바다에 보이는 섬이 탄도였습니다.
이곳은 바닷가이면서 동시에 갯벌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파란 이끼가 바다가 갯벌 사이에 끼어 있어 눈에 더 띄었습니다. 길가엔 폭죽이 떨어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이곳도 사람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번의 조금나루도 갯벌이 있는 아주 조용한 장소였습니다.
첫째날은 시내 중심까지 내려오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원래 집에서 무안군으로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꽤 늦은 상황이었고 시장도 중간에 들렀지만 영양가 있는 모습은 아니었죠. 무엇보다 금방 숙소로 돌아가서 쉬게 됐습니다. 아직도 무안에는 볼 것이 많았는데도요.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이 밝았습니다. 무안군의 둘째날입니다.
5. 톱머리해수욕장
아침이 되자마자 톱머리해수욕장으로 나왔습니다. 무안에 와서 갯벌만 계속 보게 됐고 그나마 톱머리해수욕장이 제대로 된 바다로 보였죠. 모래사장엔 쓰레기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겨울이라 그러려니 하고 바다를 감상했습니다.
그렇지만 주변 건물들이 상당히 노후했고 옆에서는 공사까지 하고 있어서 약간은 뒤숭숭했습니다. 그나마 저 너머 공사 차량들이 지나가는 자리에 톱머리해수욕장 상황실이라고 써져 있는 간판이 있는 걸 보니 여기가 해수욕장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이 되면 분위기가 바뀌길 기대해봐야겠죠.
6. 초의선사탄생지
바다를 자주 봤으니 둘째날에는 무안의 역사관광지도 들러봅니다. 첫째날이 월요일이었기에 이곳은 휴관이었지만 둘째날에는 초의선사탄생지도 문을 열었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건물들이 다양해서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죠.
초의선사는 우리나라에서 다도를 정립한 스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외로 조선 후기, 정조시대에 있었던 분이신데 이때에 정약용이나 김정희 등 익히 알고 있는 위인들과도 다수 친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15세에 출가를 한 뒤 해남의 대흥사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이곳 무안은 초의선사가 태어난 곳이라 그의 탄생지를 지은 거죠. 그래서 곳곳에 대흥사에서 거처했던 장소 등을 재현한 건물들이 있습니다.
건물들 가운데 초의선사가 누구인지 소개하는 박물관도 있고 그를 기리는 사당도 존재합니다. 이곳의 사당 안에 초의선사의 초상화도 그려져 있다는데 아쉽게도 문은 열려져 있지 않아 문만 바라보고 가게 됐습니다.
탄생지 건물 가운데서 가장 볼만했던 장소는 차박물관이었습니다. 계단 위로 올라가야 들어갈 수 있는데 건물이 큰 건 둘째치고 외관이 꽤나 멋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부를 찍기 어려웠지만 들어가자마자 입구에 보이는 목판도 옛날부터 다도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어서 좋았습니다. 안의 내용을 둘러보고 나서 2층에서 밖을 바라보니 지붕이 가려지긴 해도 나쁘지 않았죠.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초의선사가 다도로 유명한 덕택인지 다도체험관도 있는 걸 보았습니다. 다만 복원되어 있는 초의선사생가는 그보다는 훨씬 아담해서 바로 옆에 있는 다도체험관과 비교해보니 묘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다도체험관의 건물이 그렇게 크지만 않았다면 비교 자체를 할 일이 없었을텐데 말이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게 이런 걸까요?
그럼에도 생가지 곳곳에는 다도를 위해서인지 찻잎들을 곳곳에 심어놓았습니다. 마지막에서야 찻잎 향기가 나서 여기에 심어져 있는 식물들 대다수가 차밭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죠.
7. 못난이동산
다시 길을 지나 한적한, 외딴 시골길에 멈췄습니다. 무인카페를 겸하고 있는 '못난이미술관'과 '난이네 슈퍼'가 있는 이곳이 못난이 동산으로 불립니다. 이곳이 생긴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전의 관광지도에도 없었지만 최근에야 새로 추가된 것을 보면 말이죠. 그걸 반영하듯 건물 외관은 꽤나 깔끔했습니다.
이곳이 못난이 동산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차도를 제외한 곳곳에 조각가 '김판삼' 씨가 만든 못난이 조각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뒷편에는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곳곳에 세워진 못난이 시리즈가 반겨줍니다. 미술관 겸 무인카페 내부에는 여기 조각들을 소형화한 작품들도 판매하고 있죠.
못난이미술관 뒷편으로 가보니 테라스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 올라가 전경을 찍어보았습니다. 난이네 슈퍼는 사람이 없었고 이곳 무인카페도 이름처럼 사람이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동산으로 볼 수 있는 건 이렇게 사진을 찍은 구간까지입니다. 전경을 찍어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크진 않았습니다.
테라스가 있어서 미술관이 2층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단층이었습니다. 들어가면 옆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데스크가 마련되어 있으며 돈을 책상 투입구에 넣고 마실 수 있습니다. 바깥에 있었던 설치미술 외에도 조그만 못난이 시리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판매하고 있는 작품들까지 포함해도 그렇게 수가 많지는 않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카페 내부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람이 들어와서 포기하고 돌아갔습니다.
8. 영산강 이야기나루
못난이동산 근처에는 영산강 자전거길 1경이 있는데 이곳이 그곳입니다. 자전거길이다 보니 분위기는 좋지만 차가 지나갈 수가 없어 1경이 정확히 어디인지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전거길을 돌아서 옆의 진흙길을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돌아서 가다보니 드디어 영산강 자전거길 제1경이 나왔습니다. 이곳은 '이야기나루'로 구멍뚫린 자전거 터널이 있었습니다. 터널을 나와서 나무데크로 올라가보니 저 멀리 목포가 보입니다. 이곳은 무안의 끝자락이라 목포와 아주 가깝기 때문입니다.
영산강은 담양을 시작으로 무안과 목포 등을 거쳐 황해까지 쭉 뻗어져나갑니다. 이곳의 자전거길도 1경이 있는 무안을 포함해 담양까지 쭉 이어지는 길로 보입니다. 한적하지만 분명 잘 만들어진 길입니다. 이 길 너머는 시골 그 자체라 푸른 강과 대비를 이루죠.
9. 회산백련지
무안의 대표관광지 중 하나인 회산백련지는 이맘때 겨울이 되서 오니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동양에서 하얀 연꽃이 최고로 많은 관광지라고 소개되기도 했지만 연꽃은 겨울이 되면 볼 수 없기 때문이었는지 아무것도 심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연못 일부는 물이 빠져있고 연꽃들은 앙상하게 말라있었습니다. 장식물들은 디자인이 예쁘게 보였지만 저 시계 장식의 시계가 멈춰있는 것처럼 여기도 지금은 암묵적으로 멈춰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여름특수를 노린 것인지 백련지 옆에는 물놀이장도 있었는데 겨울엔 그것도 의미가 없죠.
그리고 공원을 벗어나 진짜 백련지를 바라보니 할말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끔찍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정말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이렇게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알면서도 조금은 씁쓸했지만 그나마 근처에 있던 동물 친구들이 위안이 되었습니다.
여름이 되서야 다시 운영할 것으로 보이지만 매점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매점 근처에야 사람이 있는 걸 보고 떠나면서 언젠가 여름이 된다면 백련지에 다시 놀러와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쯤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러 맛집이 있는 지역으로 향했지만 하필 그날 문이 열려있지 않아 허탕을 쳤습니다. 그곳의 위치가 무안에서 위에 있었기에 그날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계획에 따라 무안을 더 돌아보지 않고 위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지막 관광지로 영광에서 한곳 더 둘러보기로 합니다.
10. 백제불교최초도래지 (영광)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영광의 관광지인 백제불교최초도래지입니다. 예전에 한 번 와보고 다시 와봤는데 이번에는 길을 잘못 들어 후문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이곳은 전체적인 경관이 꽤나 아름다워서 사진이 잘 나옵니다. 백제불교최초도래지라는 이름답게 사진 왼쪽에 '마라난타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법성포가 굴비로도 유명하지만 인도의 마라난타라는 스님이 백제 최초로 불교를 전파했기 때문에 백제 불교가 발전했다고 하죠. 그것을 기념하는 것처럼 아래의 사진을 보아도 상당히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이곳이 중요하기 때문인지 상당히 기억에 오래 남는 불교관광지 중 하나였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천천히 내려가다 보면 불교 조각상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사이사이에 전혀 다른 불상들이 세워져 있어 이색적입니다.
처음 갔을때 가봤던 간다라미술관을 지나 후문이 아닌 진짜 정문까지 왔습니다. 예전에는 저 앞에 차를 세워두기 편했는데 이번엔 후문으로 들어오다 보니 차와 멀어지게 된 것이 차이점이긴 했습니다. 두 번 와봐서 들어가볼 생각도 안 났지만 마라난타사 너머에는 석가모니의 일생이 그려진 석판들이 있습니다. 그땐 여름이라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나지만 여기에 오신 분들이라면 이 석판들을 꼭 보고 가시면 더 좋습니다.
이전에도 석판들 쪽이 공사중이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라난타사는 2층에 법당이 있어 들어가볼 수도 있었죠.
겨울이 된 법성포구는 살얼음이 끼어 살짝 얼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의 바다를 끼고 거대한 도래지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한바퀴 빙 둘러보고 나서 바다가 보이는 다리를 건너 후문 쪽으로 계단을 올라가 내려왔습니다. 해가 뉘엿뉘엿해지면서 이틀동안의 여행은 이렇게 마치게 됐습니다.
이틀동안의 여행은 춥긴 해도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하늘에 갈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겨울 바다는 쌀쌀했지만 서해안이라서 바다보다 갯벌이 더 많았습니다. 기왕이면 바다를 제대로 보고 싶어 강원도로 갈까 생각을 해봤지만 하필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고 강원도에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꿈은 접어야 했지요.
하지만 처음으로 무안군을 만나게 됐고 소소하지만 즐거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무안에서는 낙지를, 잠깐 들른 영광에서는 조기정식을 먹고 온터라 오랜만에 배도 잘 부른 맛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또한 이틀간임에도 시간이 별로 없어서 무안의 시장들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 게 아쉽기도 합니다. 이틀간의 여행 중에 장날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 근처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도 한몫 했습니다. 무안에 다시 오게 된다면 장날의 시장 구경도 해보고 시간상 못갔던 '밀리터리테마파크' 등을 꼭 한번 들러보고 싶군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었습니다. 편한 여행은 가능하긴 했지만 어차피 무안군이 바로 아래에 있는 목포나 위에 있는 영광에 비하면 그리 관광객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에 사람이 더더욱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심심하기 그지없었죠. 시내에 보이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곳곳에 간 관광지들에는 사람들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그것은 무안군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봅니다. 부디 이 사태가 금방 빨리 해결되길 바라며, 사람들이 다시 즐겁게 밖으로 나갈 수 있길 상상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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