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CEb8brQHcGk
임동혁 DongHyek Lim - Beethoven : Piano Sonata No.14 'Moonlight' (유튜브 링크)
제59화. 게으름뱅이의 거울
도서실에서 혼자 책을 보다 깜박 졸은 철이는 엄마가 살아있었을 때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열심히 일하라고 교훈을 주었던 것을 꿈으로 보게 되었고 어째선지 메텔도 철이가 엄마의 꿈을 꾸는 걸 알고 있었죠.
이번 역인 '게으름뱅이의 거울'은 철이가 본 행성 가이드란 책에서 어떠한 곳인지 나오지 않았지만 메텔은 지구와는 다르게 이 별의 주민들이 기계를 이긴 이례적인 행성이라고 알려줍니다.
하지만 메텔은 역에 도착하고 나서 철이와 함께 내릴 생각이 없었기에 철이는 혼자 역에서 내리기로 합니다.
역 앞에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 철이는 AI 자동차가 나타나자 번화가로 가달라고 요청했고 그 사이 어떤 여성이 철이를 계속 쫓기 시작합니다.
철이는 번화가 쪽에서도 사람 없이 뚱뚱하게 공처럼 살이 쪄버린 개와 고양이만 보게 됐고 카페에 들러 기계가 만들어준 주스를 마시지만 마시자마자 바로 컵과 테이블을 치워버리는 모습을 보고 황당하게 여깁니다.
철이가 AI에게 다시 사람이 있는 곳을 가달라고 요청하자 자동차는 주택가로 도착했고 그곳에서 아무 집이나 문을 들어가 여는 순간 거대한 살덩어리에 부딪칩니다. 알고 보니 그것이 집에서 살이 뒤룩뒤룩 찐 사람이었던 것이죠.
그 직후 근처에 집이 터져버려서 몸이 밖으로 튀어나온 또 다른 남자는 철이에게 피해를 준 데 사과하면서 곧 뇌파를 통해 기계들이 알아서 집을 장만해 줄 거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집이 터지는 사람들이 속출하여 겨우 빠져나온 철이는 드디어 자신을 쫓아오던 '사브리나'란 여성을 만나게 됐고 사브리나는 자신과 더 뚱뚱한 남편 '구다라'와 함께 999에 탑승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과거 사브리나와 구다라는 새로운 삶을 위해 이 별로 왔고 처음에는 열심히 일을 했지만 정부에서 보낸 기계들로 모든 일을 잃었고 구다라는 빈둥빈둥 살이 쪄서 게으름뱅이로 변해 버린 것이었죠.
사브리나가 정부의 방해로 다른 별로도 이주하지 못 했다는 걸 알게 된 철이는 차장과 만나 사브리나를 데려가달라고 부탁했지만 결국 말싸움으로 번졌고 사브리나는 그 상황을 막아섭니다.
그때 집에 있던 구다라는 계속 먹기만 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집이 터져서 완전한 미트볼로 변해버렸고 멀리서 보게 된 사브리나는 충격을 받습니다.
은하철도 999가 출발할 시간이 되자 철이는 사브리나를 걱정했지만 사브리나는 내년에는 꼭 돈을 벌어 남편과 함께 999를 탑승하겠다며 철이를 배웅합니다.
스토리를 보고 모 미국 애니메이션이 생각났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내용이었던 은하철도 999 59화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59화가 이번 DVD에서 끝까지 재생되지 않은 에피소드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잘 되다가 DVD 재생이 안 된 건 처음인데 DVD 불량인지 마지막은 계속 끊겨 볼 수 없었네요. 그나마 막판 빼고 대충 스토리는 다 나와서 이대로 리뷰를 진행합니다.
처음 별에 내리기 전 철이와 엄마가 노동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큰 복선이었죠. 메텔 말대로는 이 별의 인간들은 기계를 이겼다고 하지만 오히려 기계에게 종속되어 버린 삶 같아서 이게 정말로 기계를 이긴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메텔이 말한 기계를 이겼다는 건 인간들이 기계몸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 외엔 다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야 움직이는 것 자체도 하지 않는데 기계몸을 바랄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죠.
사람들이 잘 간다는 번화가를 갔을 때도 기계가, 집을 지어주는 것도 기계가 다 해줍니다. 인간들은 할 일이 없이 그저 놀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죠. 하지만 아무리 놀아도 살이 미트볼처럼 통통해진 건 이해가 안 되는데 식료품에 무슨 꿀을 발라놨나 싶습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는 사람들을 철이가 탔던 AI 자동차가 좀 하찮게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기계에게 모든 일을 빼앗겨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 사람들은 정말 돼지나 다를 바 없지 않을까요. 현실에서도 AI에게 일자리를 뺏긴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인간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경종을 울리는 듯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람이 아닌 기계에게 모든 걸 맡기게 한 정부의 선택인 거죠. 이쯤 되면 게으름뱅이의 거울 별의 정부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정말 시민들 중 아무도 일을 하고 있지 않는다면 공무원도, 대통령도 존재하지 않을 테니 사람을 보조하는 기계가 모든 걸 다 해주는 거대한 요람 사회일 테니까요. 과거 정부에 인간이 있었을 때 기계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방침을 세웠고 기계는 그대로 모든 것을 자동화하게 됐을 테고요. 식료품도 결국 기계가 만드는 거니 사람에게 좋은 영양분만 공급하다 사람들이 금방 살찌는 결과를 낳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차피 살이 쪄도 기계가 다 알아서 하니 기계들도 인간이 살이 찌든 말든 고려는 하지 않을 거고요.
또는 더 끔찍한 상상이지만 정부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이 별의 사람들을 일부러 살찌게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은하철도 999 세계관은 부자들은 정말 잘 살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아예 식량도 못 먹고 살아가는 부익부 빈익빈이 최고조인 사회잖아요? 합성라면이 버젓이 잘 팔리는 세상인데 그 와중에 인육이 음식 원료에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죠. 정부는 사브리나처럼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살을 찌게 해서 나중에 기준이 충족되면 잡아가서 인육으로 만들어버리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계에겐 상관없을지 몰라도 정부 입장에는 일도 안 하고 살만 찌는 인간들은 사회에서 불필요한 존재니까요. 이렇게 보면 집을 계속 주는 것이 뭔가 이상하지만 아직 비만인들의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고 나중에 한꺼번에 처리할 수도 있으니 내버려 둔다는 설정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가설들이 생각나지만 어쨌든 이번 에피소드는 한 화로 끝입니다. 사브리나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999에 탑승하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기계에게 모든 걸 맡기고 정부가 사람을 쓰지 않는 정책인데 돈을 벌 수단 자체가 아예 없지 않나 싶네요. 그나마 기계를 수리하는 게 있을 것 같은 일이지만 그 기계도 또 다른 기계가 수리한다는 느낌이 될 것 같은지라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슬프지만 남편처럼 모든 걸 포기하고 살이 찌는 게 나을 수도 있겠는데 지금도 제대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브리나에겐 지옥도 이런 살아 있는 지옥이 없을 겁니다. '앞으로의 별'처럼 노력하려는 시도는 좋았는데 정부가 끔찍하게 망쳐버린 사례라 더 안타깝습니다.
여담으로 이번 화 초반에 메텔이 멀리서도 철이의 꿈을 용케도 눈치채고 있던데 4화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죠. 그때는 꿈의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헷갈렸는데 이번에도 나온 걸 보면 메텔에게는 남들의 꿈을 보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메텔은 계속 보고 있으면 평범한 인간은 아니란 느낌이 드네요.
이번 유튜브 BGM은 베토벤 '월광'. 막판 사브리나에게 비극적인 상황이 닥쳤을 때부터 아마 이 곡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고 그중에서 1악장이 사용된 것 같은데 1악장만 따로 넣을까 하다 그리 길지 않아 전체 연주를 한 영상을 넣었습니다. 유튜브에도 1악장보다는 전체를 연주한 동영상이 더 많아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56화부터 이번 59화까지가 DVD 15번 디스크 내용이었습니다. 잘 나가다 이번 59화에서 마지막이 재생이 안 되었던 게 꽤나 뼈아프군요. 다른 건 몰라도 제발 마지막 화 에피소드만큼은 재생이 잘 되길 바랍니다. 그저 이번에 제가 DVD 관리를 잘 못해서 오류 났던 걸로 끝났으면...
은하철도 999 59화 리뷰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본 에피소드 중 꽤나 끔찍한 에피소드라 어떤 의미로 DVD 마지막을 못 본 게 그나마 다행이려나 싶습니다. 예고편도 못 봐서 다음 화 예고 스크린샷은 당장은 없지만 다음 화 리뷰를 쓸 때 제목 스크린샷으로 대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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